태풍의 길목에 우뚝 솟아 바람 잘 날 없는 섬
돌담의 총 길이가 지구 한바퀴 돌 수 있을 만큼 수많은 돌로 둘러싸인 섬
남자들이 고기잡이 도중 풍랑을 만나 목숨을 잃어 여자들이 많아졌다는 섬
삼다도! 바람, 돌, 여자가 많다고 해서 붙여진 제주의 이름이다.
척박한 환경에서 모질고 한 많은 세월을 억척스럽게 이겨냈던 제주인들
그 이면에는 서로 돕고 의지하면서 살아왔던 이웃과 ‘괸당’이 있었기 때문이리라.
‘괸당’이란 친척을 의미하는 제주 방언으로, 혈연 관계를 넘어 지연, 학연을 모두 내포하는 독특한 친족 문화이며 오늘날까지 제주의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오죽하면 ‘괸당’ 때문에 외지인이 발 붙이고 사업하기가 어렵다는 말이 나왔겠는가…
한때 제주는 도둑, 거지, 대문이 없다고 ‘삼무도’라 불리기도 했지만,
천혜의 자연 경관과 이국적인 정취로 명실공히 대한민국 최고의 관광지로 급부상하면서
외지인의 자본이 유입되고 무분별한 난개발로 일부 자연 경관이 훼손되고
예전의 소박하고 토속적인 모습은 많이 변모되었다.
그러나 대로에서 집까지 이어지는 골목인 ‘올레’는 지금도 마을 곳곳에 남아 있으며
투박하게 쌓아 올린 돌담과 대문 없는 주거 형태는 제주인의 공동체 삶을 엿볼 수 있다.
내가 태어난 ‘예래’도 어릴 적 뛰어놀던 올레길과 옛 추억이 여전히 간직되어 있는 곳이다.
해안선을 따라 사각형과 육각형의 돌기둥이 하늘을 찌르듯 뻗어 있는 갯깍 주상절리부터
바다로 흘러 들어가는 용천수와 해수가 만나 만들어진 천연 해수욕장인 논짓물,
들판을 수놓은 노란 유채꽃과 마음을 설레게 하는 벚꽃,
시원한 바다내음과 끊임없이 너울대는 파도,
가을에는 감귤과 올레 곳곳에서 익어가는 감으로 마을은 주황빛으로 채색되고
눈 부시도록 새하얀 눈으로 뒤덮인 마을 설경은 초록색과 조화를 이루며 장관을 이룬다.
시시각각으로 변화하고 있는 디지털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지금,
조금은 느리지만 이웃과의 정을 나누며 없어도 행복했던 그 시절을 회상하며
아직 때가 덜 묻은 어릴 적 추억이 남아있는 있는 곳을 카메라 렌즈에 담아놓았다.
투박하지만 담백한 가공하지 않은 있는 그대로의 제주를 보며 레트로 감성을 느껴보시길 바란다.